기록

20150504

drysands 2021. 5. 4. 21:33

20150504 

1.
한달간 나는 의지가 없었다. 원래도 의지가 없는 편이긴 한데 이 주간에는 조금 심했다. 머리로만 글을 쓰고는 굳이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책을 읽고자 하여 도서관까지 수고로이 가 놓고선 집에 와서는 빌려온 책을 들썩이지도 않았다. 운동하겠답시고 꾸준히 나가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이 활동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잠겨있었을테지. 활동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여행을 가려고 준비중인데 여행을 가려면 필요한게 있다. 그것은 바로 돈이다. 그래. 그것을 위해 나는 일을 한다.

2.
고양이가 피부병이 생겼다. 미처 일찍 발견을 못해 이미 진물이 일고 있었다. 사실 변명인 것이 털이 뭉치는 걸 보고도 설마 했던 부분이어서 미안했다. 상처에 대한 검사를 했는데 의사 소견으로는 곰팡이가 아니고 외부상처에 감염이 더해져서 그런것 같다고 예상해서 더 미안함이 가중되었다. 고양이는 나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많이 바구니를 엎거나 책상을 엉망을 만드는 둥의 사건을 종종 만들곤 한다. 어떤 원인에 의한 외상인지 혹은 아닐 수도 있지만 마음 한켠이 무겁긴 마찬가지이다.

 

나의 고양이는 늙었다. 소리를 내면 그런만큼 시끄럽고 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런만큼 불안하다.

3.

지난 토요일에 폴 매카트니 공연을 다녀왔다. 엄청난 비틀즈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노래를 아는 정도인데 사람들은 종종 비틀즈의 엄청난 팬인줄 알곤 했다. 내가 비틀즈 노래를 많이 아는 이유는 사실 거창하지 않다. 그냥 엄마가 좋아했다. ㅋㅋㅋㅋ 어린 시절에 누가 제일 좋냐고 물어서 링고스타라고 했더니 '얼굴보는구나?' 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의 반응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난 링고스타가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출처-구글검색>

 

아이돌의 시초라고 할 수도 있는 밴드의 씹덕멤버라더니. 공연 내내 하트만들고 땡큐쏘머치를 외치고 피아노 위에 팔꿈치 놓고 얼굴을 괴는 등 온갖 사랑스러운 행동을 다 하셨다. 70넘은 할아버지가 그럴 일이라니. 

 

나는 굳이 그라운드 석을 원한것도 아니고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싶은 것도 아니라서 결정적으로 재정상황이 좋지도 않아서 3층 사이드에서 봤다. 예전에 버스커버스커 공연을 사이드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제법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런 선택을 했는데 경기장이 크긴 컸다. 버스커버스커는 올림픽공원에서 본거여서 공연장 크기가 좀 작아서 그런지 사이드도 충분했는데. 잠실은...너무 컸다. 하지만 괜찮았다. 기대감은 그런것 쯤은 이겨내게 만들기 마련이라. 

 

제작년이었나 에미넴 공연을 갔었다. 다시는 내한 안 할것 같은 느낌의 가수가 몇 있는데 에미넴이 그 중 하나였기에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에미넴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리고 폴맥도 마찬가지로 건강하기를 늘상 원하지만 나이도 많고 한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느껴질지 몰라서,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티케팅을 했는데 역시 공연 예매를 한 나에게 뿌듯함을 느꼈다. 

 

희한하게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보다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훨씬 기억이 남는다. 선선한 바람, 추적추적 내리지만 3층에는 내리지 않고 가끔 잔상만 남기고 사라지는 물방울들. 그를 타고오는 피아노의 선율과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 자꾸만 머리속에 마이 발렌타인이 멤돌고 있다.  퀴니아이와 오블라디오블라다는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서 목청이 터져나가도록 불렀던 것 같다. 특히 오블라디오블라다는 어렸을 적에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기에 더욱 신났다.

 

예스터데이, 렛잇비, 헤이쥬드는 언제 들어도 개썅명곡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진짜 대단해. 또 하나 하자면 열성적인 떼창에도 역시 나야, 란 표정으로 여유있게 웃는 모습같아서 참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4.

공연보러 서울을 간만에 간김에 친구 한명을 만난답시고 운동을 안갔다. 그리고 화요일은 휴일이다. 으아. 이주를 쉬어버리는 셈이다. 이건 좀 뜬금없는 소린데 난 희한하게 이 친구만 만나면 한식만 먹는다. 특히 곰탕.

 

5.

아빠한테서 너희들 모습이 한심하여 집에 들어오고싶지 않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